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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전도 친환경이라는 EU… 우리 원전 수출 숨통 트이나
작성자 이종욱 (ip:1.234.18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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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1-10 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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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도 친환경이라는 EU… 우리 원전 수출 숨통 트이나
EU,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전 포함해

동유럽 중심으로 수출 기회 늘 수 있어
다만 유럽 내 수출국도 지원 기회 받아
따져보면 우리 쪽에 유불리 없단 시각도

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 등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는 지속가능 재정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한 가운데, 우리 원전업계의 수출시장이 확대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EU 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활발해지면 국내 업계 입장에선 추가 시장이 열릴 수 있단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30일 최종 확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는 원전이 제외된 만큼, 수출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한 EU의 변심…최종안 도출 전 난항 예상

그동안 유럽 내에서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를 두고 친원전 국가와 반원전 국가가 팽팽히 맞서왔다. 당초 EU의 녹색분류체계에는 원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EU 집행부가 원자력과 천연가스 포함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 바뀌며 흐름이 달라졌다.

같은 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등 5개국은 공식 성명을 통해 원전 반대 성명을 냈다. 이에 맞서 폴란드, 헝가리 등 10개국은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이유로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EU집행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원전과 천연가스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고, 인도네시아가 석탄 수출을 단기적으로 제한하며 유럽 내 '에너지 대란' 위기와 맞물린 '원전 회귀' 바람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늘렸는데, 수급에서 탈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며 에너지 안정성 측면에서 원전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유럽 내에서 현재 프랑스가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원자력 발전소 투자 확대를 원하는 동유럽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다만 EU 내에서 여전히 원전에 대한 위험성 등을 문제 제기하는 회원국이 있어, 이달 내 EU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을 도출하기 전까지 내부 협의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유럽 내 신규 건설, 韓 업계에 좋은 신호"

EU의 초안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 부지를 갖추고 2045년 이전 건설 허가를 받는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는 녹색 투자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업계는 일단 우리 원전 생태계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우선 우리 업계가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체코, 폴란드를 비롯해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기회가 늘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동유럽은 러시아의 가스 지배력 확대를 경계해 원전을 선호한다"며 "체코, 폴란드 외에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 이번 기회로 자금 융통을 통한 추가 원전 건설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 시장 확대는 국내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며 국내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단 것이다. 국내에서 최근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그런 점에서 주목 받았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한수원이 단독협상대상자가 된 사업이)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건설 능력을 인정받아 건설부문의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EU의 원전 포함은 외부에서 국내 업체들이 숨쉴 물꼬가 트였다"고 설명했다.

물론 유럽 내 경쟁국도 혜택을 받게 된다는 점은 기회를 상쇄하는 측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금조달 시 투자자 확보 등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EU 내 원자력 사업에 대해 EU 택소노미가 동일하게 적용되면, 국내 업체의 해외사업 수주에서 유불리는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의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미국, 영국과 프랑스 등 원자력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국가를 중심으로 원자력 안전성이 향상된 SMR에 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EU가 원자력을 지속가능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면 SMR에 대한 투자와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봤다. 다만 아직은 원전 수출국이 아닌 나라 중,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대형 원전에 쏠려있다. 미국의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가 루마니아에 SMR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후 경제성이 입증되면 유럽 내에서 관심이 더 늘 수 있단 관측도 있다.

◆업계 "늘어나는 수출 기회 발맞춰 韓 택소노미 고쳐야"

업계는 수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런 기회를 살리려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단 목소리가 많다. 해외 원전 건설은 수주한 쪽도 자금을 대야 하고, 국내 원전 신규 건설이 불가한 상황에서 수출만이라도 전폭 지원해야 한단 입장이다. 정동욱 교수는 "앞으로 수출 기회도 늘 것으로 보이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국내 업체가 필요한 자금도 지원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고, 해외 수출은 지원한다고 했는데 K-택소노미를 막아놓으니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고 했다.

황주호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미국, 유럽 등도 원전 투자에 대한 지원에 나서려는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게 수출 측면에서 우세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원전 수출 시장이 줄진 않을 것"이라며 "국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별개로, 수출 성과가 있다면 정책금융기관도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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